연초 상여금 받은 것도 있어서 큰 마음 먹고 VIP 석으로 예매하였다. (할인까지 포함해 가격 89,100 원)
팬레터는 예전부터 입소문을 많이 들어왔던 뮤지컬로서, 쓰릴 미와 같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었던 뮤지컬이어서 이번에 시즌이 돌아온 게 괜히 반가웠다. 호감있는 뮤지컬 배우인 배나라가 한창 연기하고 있는 더데빌도 궁금했으나 티켓팅 예매 화력이 세 팬레터를 먼저 예매해 보게 되었다.
29일 토요일이 학원 휴강이라 이날밖에 안 되었는데, 주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참고 예매했다.
슈퍼주니어 려욱을 뮤지컬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실물이 엄청 실망이었고... 이분은 화면으로 아이돌st 확 꾸민 게 얼굴이 더 나아보였음... 초반에 연기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점점 배역이랑 동화되어가는 게 느껴져서 그건 괜찮긴 했다. 근데 아쉬움이 더 크다. 려욱 말고 다른 배우가 배역하는 게 더 소화력이 좋았을 것 같아서...
나는 팬레터를 처음 보는 입장으로서 초반에 남 주인공인 세훈과 여 주인공인 히카루가 함께 있으며 해진 선생님과의 연출에서 함께 움직이길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의도한 연출이었다. (여기까지 보면서 여성을 지우는 서사가 될까봐 불안함과 불편함이 컸으나 극이 진행되면서 그런 마음이 해소되긴 했다.) 나는 여기서 히카루와 해진 선생님이 얽히는 장면은, 해진 선생님의 상상일 수도 있을 거라 해석하고 있다.
세훈과 히카루는 분리된 인물이 아니라 사실은 서로가 하나였으며, 세훈이 만들어낸 작가로서의 인격체가 히카루다. 모든 것은 해진 선생님의 오해로 인해 시작됐다. 자기한테 온 팬레터를 필명이 히카루, 문체가 섬세하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라고 착각을 한 것. 그래서 히카루는 해진 선생님의 애인이 된다. 해진 선생님은 그렇기에 처음, 세훈이 히카루인 것을 부정한다.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게 되니까 충격먹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해진 선생님의 지병이 더욱더 악화되자, 해진 선생님의 재능을 사랑하던 자아와 해진 선생님 자체를 사랑하는 자아는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해진 선생님을 감싸며 이뤄지는 펜과 빛 연출과 세훈과 히카루가 춤을 추는 모습은 빛과 히카루라는 이름을 이용한 중의적인 연출인 것 같았으며, 그림자 연극 같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세훈이 말하는 해진 선생님은 '햇살'이었으므로 이것도 포함돼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극 내내 그림자 연극 같은 연출 (창문을 비추면 그림자가 나온다. 세훈이 문으로 들어가자 히카루의 그림자가 세훈의 그림자로 합쳐지는 과정의 연출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 전에 '거울'이라는 넘버를 통해 세훈이 자신이 소설을 쓰는 손에 펜으로 찔러 상처를 크게 내자 히카루는 죽고 결국 세훈에게로 흡수된다. 자아분열이 멈췄다는 의미. 그리고 세훈이 해진 선생님께 사실을 고백하자 해진 선생님은 세훈의 상처받고 붕대로 감싼 손'히카루'을 바라보며 왜 그랬냐며 절규한다.) 이 거울속 나를 보는 것과 같이, 이중인격 자체를 표현한 것 같다.
마지막에 세훈의 뒤에서 히카루가 나타나고 세훈과 히카루와 포옹하는 장면은 외면했던 자신의 재능을 받아들이고 자아가 온전히 '나'로서 합쳐지는 연출이었고, 그만큼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불편한 부분도 있긴 한데, 결국 동성애를 다른 소재인데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부성애로 포장한다. 해진 선생님의 성적지향은 이성애라고 생각하기에 마지막에 감동을 주기 위해 급전개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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