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반딧불에게' 라는 노래를 듣고 유리알처럼 굴러가는 피아노 소리가 여운에 남았어서 나중에 뮤지컬을 보게 된다면 꼭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었다. 마침 이번에 재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매해 관람하게 되었다.
시작 전에 책상 위 조명 아래에 놓여있던 화분이 인상 깊었다. 이 화분은 남주인공 올리버에게 있어서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였다는 걸 감상하면서 깨닫게 됐다. 여주인공 클레어의 등장도, 둘의 만남은 전형적인 Boy Meets Girl 구도를 띄었으나 서로가 로봇이라는 전제하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성별적 특징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나름대로 신선했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기존부터 좋아했던 노래인 '반딧불에게' 노래가 나오는 장면과 직전 장면. 반딧불을 찾으러 간 둘이 정말로 반딧불이를 찾게 되고 유리병에 반딧불이를 담으며 시작되는 장면의 연출이 상당히 낭만적이고 은하수 속을 걸어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이 극은 우연적 만남을 시작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건 운명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걸 핵심하는 대사는,
"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문을 열어줘서 고마웠어."
"천만에요."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여주인공인 클레어는 올리버를 보고 낯이 익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아무리 로봇이 메모리 초기화를 해도 구형 로봇이기 때문에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나,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이상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다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둘이 사랑한 건 처음이 아니라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둘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이상 사랑은 계속되기에 극의 제목이 '어쩌면 해피엔딩' 를 알려주는 것 같았고, 그만큼 로봇의 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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