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에 시작한 게임인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엔딩을 8월 30일에서야 봤다.
플레이 타임은 67시간 남짓. 엔딩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른 수집 요소(서브퀘스트, 호칭, 도전과제 등)는 생략했다. 테일즈 시리즈 플레이 자체는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가 처음이었고, 그때는 44시간 남짓으로 클리어 했는데 심포니아를 플레이하며 새삼 던전 퍼즐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플레이 시간이 많아진 건 고전 게임 특성상 필드 맵에서 버벅거리는 현상이나 돌아다니고 있는 맵의 지형물이 잘 보이지 않아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것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베스페리아를 먼저 플레이 하고 나서 심포니아를 하니까 테일즈 옛 시리즈들이 수작 혹은 명작 평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게 있어 베스페리아는 게임성을 제외하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으나, (심포니아를 한 후에 2회차를 다시 하려니 전체적으로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캐릭터성이나 설정, 메인 스토리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것도 큼.) 심포니아는 그 반대였기 때문.

심포니아는 주제 의식이 확고했다. 그리고 쇠퇴한 현 일본 문화, 세대에 비해 자신들의 문제점과 타파하는 방식을 깨닫고는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세월이 흘러갈수록 옛 세대의 교훈을 잊고, 발전하는 점이 없는 건지 모순일 뿐이다.
고전 게임이다 보니 연출이나 개그, 스토리 진행 방식도 상당히 상투적이었으나 반복되는 연출로 인해 확실히 감동인 부분이 있었다. 후반부에 배신했던 제로스가 합류하고 중간 보스와 싸우는 과정에서의 BGM이 심포니아의 OP의 오케스트라 버전이 흘러나오는 것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그 전 동료들이 로이드를 위해 희생하고 사라지는 과정이 지루한 클리셰였음에도 이 전투 연출로 인해 나름대로 고평가하게 되었다.) 특히나 주인공인 로이드라는 캐릭터가 주변 인물 설정과의 연계, 고뇌하면서도 악하게 변하지 않는 꾸준한 열혈의 모습으로, 주인공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고전 게임답게 중간 중간 비어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꾸준한 동인 활동의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서 일부러 상상할 수 있게끔 비워둔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이것에 아쉬움이 컸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상상해서 채워나가야한다기 보다는 제대로 스토리와 설정 비화를 내놓아 더한 수요를 만들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오히려 그랬으면 더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고 본다. 그만큼 설정 비화가 궁금한 캐릭터들이 너무 많았고, 중요 인물과 엮어있고 설정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가 그저 엑스트라로서 중간마다 다른 중요 캐릭터를 위급한 상황에 도와주는 역할로 쓰이는 건 등장 캐릭터들을 시나리오를 진행시키기 위한 인형으로 보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심포니아에서의 최대 단점인 것 같다. 충분히 매력적으로 빛날 수 있는 캐릭터들이 그저 시나리오를 진행시키기 위한 인형으로 보인다는 것. 호감도 시스템의 폐해로 인해 이 단점이 더 부각되는데 여자 주인공격 캐릭터인 코렛트의 경우, 로이드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 설정으로 충분히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메인스토리에서는 로이드와의 '연애 감정' 이 더 강조된다. 특히나 시이나-코렛트의 관계성을 더 깊게 풀어나갔으면 서로의 설정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둘의 첫 만남을 매력적으로 뽑아 놓고 여자 캐릭터를 남자 캐릭터의 연인으로 내세우기만 해서 아쉬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비어있는 부분이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미토스와의 최종결전이 정말 그랬다. 최종결전의 비쥬얼이 기괴하기도 했고. 재부활하면서도 망가지는 비쥬얼로 인해 오히려 최종결전의 보스이자 사건의 원흉으로서의 위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설정의 연관성, 매끄러운 스토리 흐름, 주제의식만큼은 수작이자 명작으로 불릴만 하다.

아직도 로이드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서로 생김새, 가치관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며 급을 나누면 안 되고, 전혀 다른 서로를 받아들이고 나아가야한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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